영포티뜻, 젊은 40대에서 왜 부정적인 느낌으로 변했을까?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포티'라는 단어를 자주 보셨나요? 처음에는 '젊은 40대'를 뜻하는 좋은 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 같아 혼란스러우셨을 겁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영포티뜻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원래 긍정적이던 단어가 조롱의 의미로 바뀌었는지, 그리고 20대와 40대 사이에 어떤 갈등이 숨어있는지 명확하게 아시게 될 겁니다.

 

 

전문가 인터뷰까지 종합하여, 영포티라는 단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포티뜻 - 원래는 긍정적인 의미였습니다

영포티는 'Young Forty'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젊은 40대'를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2015년 마케팅 전문가 김용섭 소장이 처음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1970년대생 X세대가 40대가 되면서, 기존의 40대와는 다른 새로운 중년층을 지칭하는 긍정적인 말이었습니다.

 

 

원래 영포티의 의미는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만을 위한 소비를 즐기는 40대였죠.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결혼이나 출산도 선택의 문제로 보는 '신인류형 중년'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실제로 2017년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서는 '오늘의 경제 신조어'로 영포티를 소개했을 정도로 주목받는 단어였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영포티를 합리적이고 트렌디한 새로운 소비 주체로 긍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2020년대 들어 완전히 바뀐 의미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포티뜻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젊다고 착각하는 철없는 중년', '젊은 척하는 꼰대'라는 조롱의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온라인에서 언급된 영포티 관련 글 10만 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무려 55.9%가 부정적인 키워드와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욕하다', '늙다', '역겹다' 같은 단어들이 영포티와 함께 검색되고 있는 겁니다.

 

 

특히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영포티를 희화화한 이미지가 밈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로고가 큰 스트리트 브랜드 티셔츠, 청반바지, 흰색 운동화, 볼캡 차림에 아이폰을 들고 있는 40대 남성의 모습이 전형적인 '영포티 룩'으로 조롱받고 있습니다.

 

 

 

왜 영포티는 욕을 먹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왜 영포티뜻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바뀌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제적 격차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40대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5억 8천만 원인 반면, 20대 이하 가구주는 1억 5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거의 4배 차이가 나는 겁니다. 월급도 40대 후반은 평균 455만 원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습니다.

 

 

20대 입장에서는 정규직도 구하기 어렵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인데, 40대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트렌디한 옷을 사 입고 젊은 척한다고 느끼는 겁니다. '기득권을 누리면서 젊은 세대의 문화까지 침범한다'는 반발심이 생긴 거죠.

 

 

두 번째는 세대 간 정치적 시각 차이입니다. 2022년 대선에서 40대의 72.7%, 50대의 69.8%가 특정 정당을 지지했던 반면, 20대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김어준을 언론인이라고 믿으면 영포티", "조국 사태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면 영포티"라는 조롱 글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MZ세대'로 묶였던 경험에 대한 반발입니다. 지난 몇 년간 4050대는 2030대를 'MZ세대'라고 부르며 "요즘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 "문해력이 떨어진다"며 조롱했습니다. 이제 20대가 그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는 겁니다. 영포티라는 단어로 40대를 하나로 묶어서 비하하는 거죠.

 

 

네 번째는 문화 주도권 침범에 대한 불편함입니다. 20대가 입던 스트리트 브랜드나 러닝화를 40대가 입기 시작하면, 그 브랜드가 갑자기 '올드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로 바뀌어버립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유명 러닝화 브랜드의 주가가 주춤한 이유를 "40~50대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영포티의 전형적인 특징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영포티로 조롱받을까요?

 

패션 스타일로는 로고가 크게 박힌 스투시, 슈프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 티셔츠, 나이키나 아디다스 흰색 운동화, 볼캡, 청반바지 조합이 대표적입니다. 20대가 입으면 힙하고 쿨한데, 40대가 입으면 '젊은 척하는 아저씨'로 보인다는 겁니다.

 

 

전자기기로는 아이폰이 거의 필수품처럼 거론됩니다. 최신 아이폰을 쓰는 것 자체가 영포티의 상징이 되어버렸죠. "아이폰은 영포티 아재폰"이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소비 패턴으로는 SNS에 숏폼 영상을 올리고, 젊은 세대가 가는 카페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자기관리에 돈을 쓰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특히 마블 관련 굿즈를 모으거나, 기아 카니발 같은 특정 차종을 타는 것도 영포티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40대는 억울하다고 느낍니다

물론 당사자인 40대는 이런 조롱에 억울함을 느낍니다. "젊게 살고 싶은 게 뭐가 잘못인가요?", "자기들도 나이 들면 똑같을 텐데 왜 이러는 건가요?"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실제로 40대가 젊게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60~70세까지 살았지만, 지금은 기대 수명이 83세까지 늘어났습니다. 전체 인구의 중위 연령도 40.2세로, 40대가 이제는 '젊은 축'에 속하게 된 겁니다.

 

 

심리학 전문가들도 "영포티 세대는 청소년기에 IMF를 겪으며 누리지 못했던 경험을 성인이 되어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자연스러운 심리"라고 설명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시기에 자기 취향대로 소비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걸 조롱한다는 거죠.

 

 

 

결국 세대 갈등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영포티 논란을 세대 갈등의 또 다른 표현으로 봅니다. 과거에는 '급식충', '틀딱', '꼰대' 같은 단어로 세대를 나눴다면, 지금은 영포티라는 새로운 단어로 40대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세대론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40대라도 경제 상황, 직업, 가치관이 모두 다릅니다. 영포티라는 틀에 모든 40대를 억지로 끼워 넣는 건 또 다른 편견을 만드는 일입니다.

 

 

사회학 전문가들은 "세대 간 차이는 인정하되, 서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진짜 문제는 세대가 아니라 계급과 계층,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겁니다. 영포티를 조롱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왜 청년층이 이렇게 박탈감을 느끼는지, 어떻게 하면 세대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거죠.

 

 

 

 

정리하자면

영포티뜻은 원래 '젊고 트렌디하게 사는 40대'를 긍정적으로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경제적 격차, 정치적 시각 차이, MZ세대 조롱에 대한 반발, 문화 주도권 침범 등의 이유로 '젊은 척하는 철없는 중년'이라는 조롱의 의미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특정 패션 스타일이나 소비 패턴을 가진 40대를 영포티로 희화화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40대는 억울함을 느낍니다. 결국 영포티 논란은 한국 사회의 깊어지는 세대 갈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중요한 건 특정 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조롱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갈등이 생겼는지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